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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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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국에 대한 문화공정과 화이론의 부활 - 박병석 교수
등록일 2021.05.17 조회수 2440

한국어문화학과 부총장 박병석 교수 사진

 

한국어문화학과

부총장 박병석 교수

 

 

중국의 한국에 대한 문화공정과 화이론의 부활 

 

최근 한국과 중국은 언론 및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심각한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선전포고를 한 중국은 뜬금없이 한국문화를 전유하거나(appropriation) 한국문화의 중국기원설로 한국문화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위상을 폄하하는 공격을 했고, 방어하는 입장인 한국은 이를 역사 침탈을 위한 동북공정에 이은 문화 침탈을 위한 문화공정이라 반격하였다. 한국은 더 나아가 한국문화에 대한 무례한 중국(인)의 행위와 발언을 샤프 파워(sharp power)를 행사하는 전랑외교(wolf warrior diplomacy)를 구사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이 샤프 파워를 행사했다고 의심되는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2020년 4월부터 한국여론 조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중국 공산당 댓글 알바 ‘우마오당’(五毛黨)의 활동, 유튜브 이자칠(李子柒)의 김장과 김치찌개 영상(「김치(辣白菜)」, 2017. 12. 30; 「무의 일생」, 2021. 1. 9), 유튜브 전서소가(?西小哥)의 삼겹살과 쌈 영상(「고목 호두: 백년에 거쳐 머금어진 과실의 향」, 2020. 11. 10), 『환구시보』의 사천 파오차이(泡菜, paocai)의 김치 표준 획득에 따른 “김치 종주국 한국의 치욕”이라고 비꼰 기사(2020. 11. 28), 유엔 주재 중국대사 장군(張軍, Zhang Jun) 트위터의 Kimchi 사진과 설명문 게시(2021. 1. 3), 중국공산당 정법위원회 위챗 공식계정 장안검(長安劍)에서 김치가 한국 것이라는 주장은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는’ ‘꽁생원의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小?鷄腸的無稽之談)라고 한 비난(2021. 1. 13),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중국자본 참여와 한국문화 왜곡 의혹에 따른 조기 종영(2021. 3. 22~23), 강원도의 한중문화타운사업 추진(2021. 3~5), 논쟁 중인 정동진 차이나타운, 포천 공자마을과 차이나타운 등이 있다. 

한중 사이의 점차 심해지는 문화 갈등과 충돌은 중국을 연구한 지 어언 40년이 된 필자에게, 중국연구의 첫 주제로 염두에 두었고 이를 어떻게든 창의적으로 풀어보려고 고민해왔던 화이론(華夷論)을 떠올리게 하였고, 이 문제를 논리적으로 정리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중국 전통 역사관 중 정통론(正統論)이 있다. 정통론은 역대 왕조의 정통 여부를 판정하는 방법론으로서 그 기준은 대거정(大居正), 대일통(大一統), 화이론(華夷論), 중원(中原) 강역, 혈통 계승 등 다섯 가지로 귀납된다(朴炳奭, 『中國古代朝代更迭』, 2011, 437쪽). 이중 대일통과 화이론은 별도의 역사관으로도 기능하여 왔다. 대일통 사관은 다음과 같은 인식이다. ① 중국 역사상 통일의 시간은 길었고, 분열의 시간은 짧았다. ② 통일의 단계는 후대로 내려올수록 길어졌고, 분열의 단계는 짧아졌다. ③ 통일은 주류이고, 분열은 지류이다. ④ 통일은 역사발전 규율에 부합하고 진보적이며, 분열은 역사 발전 규율에 위배되고 반동적이다(葛劍雄, 『普天之下: 統一分裂與中國政治』, 1989. 20쪽). 그러나 정확히 계산하면 통일 시간은 진 통일부터 청말까지 1,098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기간은 하(夏)부터 청말까지 4,116년 중 26.7%, 은(殷)부터 청말까지 3,694년 중 29.7%, 주(周)부터 청말까지 3,045년 중 36%, 진 통일부터 청말까지 2,132년 중 51.3%에 지나지 않는다(박병석, 『중화제국의 재건과 해체』, 1999. 12쪽). 아울러 대일통 사관은 중국사를 현재 인구의 92%를 차지하는 한족의 역사로 여겨왔다. 그러나 하·은·주·진은 각각 서이·동이·서이·동이가 세웠고, 북위·수·당은 북방민족 혈통이 세웠고, 요·금·원·청 등 정복왕조도 북방민족이 세웠다. 서한, 동한, 삼국, 진(晉), 송, 명 정도가 한족의 역사일 뿐이다. 4천여 년의 중국사를 화하족 또는 한족 중심의 역사라고 본다면 중국사는 오늘날의 개념으로는 피식민사나 다름없다.

이러한 부끄러운 흑역사에 당의(糖衣)를 입혀 정신승리를 해온 이론의 핵심이 화이지변론(華夷之辨論, 夷夏之辨) 또는 화이론이란 중국식 사관이자 문화이론이었다. 『춘추공양전』에서 초보적인 관념과 사고가 싹튼 화이론은 청대 말까지 단 하나의 전문적인 논저가 없을 정도로 이론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데올로기로서 중국 역사관의 하나인 정통론(正統論)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자리하여 왔다.

화이지변은 화하(華夏)와 이적(夷狄) 사이의 다름을 판명하는 것으로서 그 기준은 야만과 문명이며, 야만과 문명의 기준은 예의, 즉 유가의 인의도덕의 유무라고 한다. 이 논리는 야만의 이적은 문명의 화하, 즉 한족이 개화시켜야 하며, 이적은 유가의 인의도덕을 수용해야 문명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화이지변 또는 이하지변의 방법에는 용하변이(用夏變夷)와 용이변하(用夷變夏) 두 가지가 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에 서서 주변국, 주변민족 및 주변문화를 용하변이, 즉 한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반대의 용이변하, 즉 만화(蠻化) 또는 호화(胡化)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만일 이러한 변태(變態)의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그들은 화이지방(華夷之防)을 내세워 이문화 또는 외래문화에 대한 배척, 부정, 비판, 비난, 폄훼 등 모든 부정적인 논리, 행동 및 심리를 동원하여 눈가림하고는 정신승리를 꾀하려 한다. 한한령(限韓令)은 현대판 화이지방이다.

외래문화가 ‘넘사벽’으로 강력하고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격의’(格義)를 통해 한화(漢化)시켜 수용하기도 한다. 위진시대 ‘격의불교’(格義佛敎)가 그 예이다. 아편전쟁 이후 존화비이(尊華卑夷)의 화이지변은 서구세력과 마주하면서 중외지변(中外之辨)으로 변형되었고, 이(夷)는 만이(蠻夷)에서 양이(洋夷)로 변질되었고, 위상도 중약외강(中弱外强) 또는 중비외존(中卑外尊)으로 도치되었다. 중국은 강력한 서구세력과 서구문화의 충격으로 잠시 양화(洋化, Occidentalization) 또는 서화(西化, Westernization)로 기울다가 자신과 닮은 아화(俄化, Russification)를 선택했고, 최종적으로는 아화가 격의(格義)된, 즉 중국화된 마르크스-레닌이즘을 선택하였다.

그동안 중국 전통 외유내법(外儒內法)의 통치방법이 중국화된 마르크스-레닌이즘으로 격의되면서도 화이론은 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1990년대에 이르러 화이론 또는 화이지변론은 한화론(漢化論)과 ‘중화민족 다원일체론’으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다시 중국학계의 현학(顯學)이 되었다. 중국학자들의 한화론은 이족문화의 일방적인 한족문화에의 경도와 동화를 강조한다. 이를 통해 전통시대 북방민족이 세운 정복왕조 또는 삼투왕조의 한족 또는 한족문화에의 일방적인 동화를 역사 순리라고 한다.

중국사에서 야만 또는 미개한 북방민족 또는 소수민족 왕조는 선진 문명인 다수민족 한족에 의해 동화, 융합되었다는 한화 가설은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한다. 하나는 북방민족의 문자와 그 문자로 기록된 역사가 부재한다는 자료상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승리한 민족 입장과 문화 전통의 시각으로 역사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해석한다는 시각의 문제이다. 이러한 가설은 중국적 오리엔탈리즘이자 동화주의(assimilation) 사고로서 중국은 교육과 사회제도 등 방식으로 한족 식민주의자의 이데올로기를 피식민 소수민족에게 강요하여 후자로 하여금 자아부정과 복종을 종용하였다. 그리하여 지금 내부적으로는 ‘중화민족 다원일체론’에 근거한 민족 용광로를 통해 ‘중화민족 대가정’을 만드는 데 이용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소프트 파워와 샤프 파워의 강화와 강요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학자들은 화이관에서 비롯한 한화론에 매몰되어 문화동화론에 경사되어 문화접변론(acculturation)이나 다문화주의 나아가 현대화론과의 관계를 전혀 상상하지 못하였다. 이는 애초부터 지금까지 중국학자들의 문화관 및 문명관이 화이론에 기초하여 자신보다 우월한 문화 및 문명과의 접변을 상정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물리적인 힘에 어느 정도 자신을 가진 상태에서 자신보다 우월한 문화를 접할 경우 물리적인 화이지방을 통해 문화접변의 가능성을 차단하거나 타문화의 만물중국설로 정신승리를 꾀한다.

중국은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비견되는 모택동의 문화대혁명이란 비참한 문화적인 자아부정의 결과, 내세울 만한 전통문화를 다시 찾아내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들이 문화적인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아화(俄化)된 상황을 되돌려(去俄化, de-russianization) 유화(儒化) 또는 한화(漢化)의 길로 돌아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길은 갈 수 없는 길이다. 얼마 전까지 만주족 여성복 치파오(旗袍)를 자기네 전통복식이라 자랑해 왔다. 그리고 일본 중고교 교복을 모방한 중산장(中山裝)과 여기에 레닌복을 반영 개량한 인민복(人民服)이 대외적으로 중국식 예복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이들을 자랑스러운 자기네 복식 범주에서 지워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하여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만물중국기원설을 동원하여 유사한 주변국 또는 주변민족 문화를 전유하는 것이다. 가장 그럴싸한 타깃이 바로 전 세계적인 한류를 만들어낸 한민족과 한국의 문화였다. 이에 중국은 일찌감치 조선족 농악무를 2009년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였고, 2010년에는 중국활자인쇄술을 긴급보호무형유산으로 등재하였다. 중국은 또 조선족 농악무 걸립무(乞粒舞)와 상모무(象帽舞), 널뛰기(跳板)와 그네(?韆)(이상 2006년), 통소음악, 학무(鶴舞), 장고무(長鼓舞), 삼노인(三老人) 만담, 화갑례(花甲禮), 전통혼례, 복식, 농악무, 민족악기 제조기술(이상 2008년), 씨름(??), 회혼례(이상 2011년), 추석절(中秋節), 김치 제조기술(이상 2014년)을 국가급 무형문화유산(非物質文化遺産)으로 지정했다. 이러한 내부 작업을 마친 중국은 눈을 밖으로 돌려 눈엣가시인 한류를 누르고자 한국의 김치, 김치찌개, 쌈, 삼계탕, 고려인삼, 한복, 갓, 온돌, 태극기, 태권도, 아리랑, 판소리, 윤동주 등 한국 전통문화 전반을 탈취하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한국 현대문화, 즉 한류는 표절로 전유하고 있다. 가히 집단적인 병적 도벽(kleptomania)을 의심케 한다.

사실 과거 중국 역사에서 주변 민족 문화를 한족 문화라고 억지 부리거나 빼앗았다는 기억은 없다. 최근 중국의 행태는 사실 ‘변태’이다. 아마도 지금 중국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소프트 파워를 휘두를 수 있는 문화가 없기 때문인 듯하다(2019년 한국 19/30위, 중국 27/30위. 영국 Portland Communications). 진시황의 분서갱유는 실용적인 것은 남겨 두었다. 문화대혁명은 그보다 심각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안으로는 공자와 유학을 소환하고 밖으로는 공자학원을 통해 세계에 유학 등 전통문화를 전파하려 하지만, 작은 나라 한국의 한류는 저 멀리 앞서가고 있음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남의 것을 전유하여 그 좌절감과 공허감을 채우려는 마음이 앞섰으며 심지어 대국 체면도 던져버렸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중국의 공공연한 문화침탈 행위를 한국인은 묵과할 수 없을 것이다. 반중정서도 날로 넓고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일부 중국에 굴종적인 사대주의자들의 자세에도 작지 않은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습근평 주석의 친성혜용(親誠惠容) 이념은 우리에게 연목구어일 뿐인가?

이 글은 여러 사유로 자기검열을 거친 것이라고 자백한다. 그러나 ‘피론의 돼지’(Pyrrhon's Pig)는 되고 싶지 않다.

 



대학지성 2021.5.17
한국어문화학과 부총장 박병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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