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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거대 AI 시대, 인간의 쓸모 - 사회복지전공 박태정 교수
등록일 2026.03.19 조회수 46

사회복지전공 박태정 교수 

 

 

지금 우리는 더 없이 편리하고 현란한 기술 세상 속에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초거대 AI가 자리합니다. 초거대 AI의 등장은 인간 사회에 이전에는 없던 효율성을 가져왔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은 인간의 일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때로는 사람보다 더 빠르고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이렇게 눈부신 시대에, 인간의 고유한 쓸모와 존재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AI
는 본질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정보를 통계적으로 재구성하는 체계입니다.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텍스트, 이미지, 소리, 코드, 기록을 학습해 가장 그럴듯한 결과를 산출합니다. 이 과정은 경이로워 보이지만, 그것이 곧 무()에서의 창조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AI는 어디까지나 이미 존재했던 인간 세계의 흔적과 기록을 바탕으로 작동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늘의 AI가 마주한 결정적인 한계, 곧 데이터의 역설이 드러납니다.

지금까지 초거대 AI는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에 걸쳐 인류가 축적해 온 방대한 데이터의 혜택을 누려 왔습니다. 과거의 인간 문명이 남긴 지식과 표현, 논쟁과 서사, 학문과 예술이 일종의 거대한 자원 창고 역할을 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 구조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인류가 장기간 축적해 온 공개 가능한 데이터의 상당 부분이 이미 학습 자원으로 흡수된 이후, 이제 AI가 의존할 수 있는 데이터의 중심은 점차 현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
현재"는 더 이상 과거처럼 무한한 인간 데이터의 저장고가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데이터가 중요해지는데, 그 데이터의 상당 부분이 다시 AI가 생산한 결과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데이터가 인간이 직접 살아 내고 기록한 원본의 축적이었다면, 앞으로의 데이터는 점점 더 AI가 가공하고 증식시킨 결과물과 뒤섞일 수 있습니다. 결국 AI는 인간이 만든 원본 세계를 학습하던 단계에서, AI가 다시 만들어 낸 복제물과 변주물을 재학습하는 단계로 들어설 위험을 안고 있는 셈입니다.

이때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AI 슬롭(AI slop)입니다. 이는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맥락과 깊이, 책임성이 빈약한 저품질 생성물이 대량 유통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보는 넘쳐나지만 의미는 얕아지고, 표현은 매끈하지만 진실성과 밀도는 떨어지는 결과물들이 디지털 공간을 빠르게 채우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피로나 미적 불쾌감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AI가 다시 그런 결과물을 데이터로 삼게 될 때, 품질 저하와 왜곡의 순환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AI가 인간이 만든 원본 세계를 학습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AI가 만든 복제물을 다시 학습하는 자기증식의 회로에 갇힐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AI의 능력을 과장해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흔히 AI의 예측하지 못한 응답을 창의성이라 부르며 놀라워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독창적 창조라기보다 기존 데이터의 고차원적 재조합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 재조합은 때때로 인간이 놓친 연결 고리를 보여 주고, 생각의 사각지대를 드러내며, 편견이 개입된 판단을 최소화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곧 진리나 영감은 아니며, 사유의 결과물로 볼 수는 없습니다. AI의 결과물은 어디까지나 확률적으로 구성된 산출물이며, 논리 비약이나 맥락 오류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데이터의 원천이 점점 얇아지고, 그 안에 AI가 생산한 복제물이 섞이기 시작한다면 그 한계는 더욱 분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여기서 인간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AI가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문장을 매끈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무엇을 믿을지 선별하며 어떤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기술은 수단을 최적화할 수는 있어도 목적을 설정하지는 못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맥락을 읽고,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무엇이 진실에 더 가까운지 판별하는 능력은 앞으로 더욱 귀해질 것입니다.

초거대 AI 시대에 인간의 쓸모는 단순히 AI가 하지 못하는 일을 찾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AI가 너무 많은 것을 해내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결과를 검증하는 책임,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 관계를 신뢰로 엮어 내는 힘을 더욱 강하게 요구받게 됩니다. AI가 절약해 준 시간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신중히 판단하라는 요청이어야 합니다. 반복 노동에서 벗어난 인간이 집중해야 할 것은 성실한 판단, 윤리적 책임, 그리고 사회적 신뢰의 구축입니다.

인간의 쓸모는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 영역에서 더욱 분명해집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감정, 관계를 오래 견디게 하는 신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지켜야 할 원칙, 그리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연대의 감각은 통계적 재구성만으로는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단순히 정보를 생산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공동의 방향을 모색하는 존재입니다. AI 사회에서 인간다움을 지켜 주는 마지막 보루는 바로 이러한 윤리적 공감과 사회적 책임의 감각입니다.

효율성이 극대화된 사회일수록 계산되지 않는 진심과 신뢰의 가치는 더욱 절실해집니다. 초거대 AI가 더 많은 문장과 이미지, 더 많은 보고서와 요약을 만들어 내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무엇이 중요한지 묻고, 무엇이 옳은지 토론하며, 누구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결국 초거대 AI 시대의 인간은 정보의 편집자를 넘어 가치의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과거 인간 문명이 축적한 데이터가 유한하며, 현재의 데이터 환경이 점점 더 AI의 복제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인간의 역할을 더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새로운 현실을 살아 내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새로운 책임을 감당하며, 아직 없는 세계를 향해 방향을 정하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편리함에 매몰되지 않고 성실하게 판단하며, 정직하게 소통하고, 타인과의 신뢰를 복원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초거대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가장 고귀한 쓸모일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2026.03.09.

사회복지전공 박태정 교수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13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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